전공의 '사법절차' 최후통첩…'29일 복귀' 마지노선 임박

입력 2024-02-28 11:22   수정 2024-02-28 15:20



정부가 대한의사협회(의협) 전현직 간부를 고발함으로써 본격적으로 '법적 대응'에 나선 가운데, 대다수 전공의들은 정부가 정한 이달 29일 복귀 마지노선에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들에게 29일까지 현장에 복귀할 것을 요청하면서 3월 이후에는 '면허정지' 처분과 수사 등 사법 절차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전공의들이 29일까지 복귀하면 아무런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28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주요 99개 수련병원을 점검한 결과 26일 오후 7시 기준 사직서 제출자는 소속 전공의의 약 80.6% 수준인 9천909명이었다. 이들의 사직서는 모두 수리되지 않았다.

근무지 이탈자는 소속 전공의의 약 72.7%인 8천939명으로 확인됐다.


◇ 전공의 '면죄부' 하루 남았다…'29일 복귀' 선택의 시간 임박



정부는 "3월부터는 미복귀자에 대해 면허정지 처분과 사법절차의 진행이 불가피하다"면서 영업일 기준으로 29일까지 복귀할 것을 요청했다.

정부가 전날 오후 의료법 위반,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 등 의협 전현직 간부 5명을 경찰에 고발함으로써 전공의들에 대해서도 '기계적으로' 법을 집행할 가능성이 더욱 커진 모양새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지난 16일 브리핑에서 "10명이 사직 후 업무개시명령을 따르지 않았다면 10명 모두에게 처분이 내려질 것"이라며 "굉장히 기계적으로 법을 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와 함께 인턴에서 레지던트로 넘어가는 신규 계약자와 레지던트 1년 계약자들을 대상으로 '진료유지명령'도 내렸다.

정당한 사유 없이 수련병원과 계약을 갱신하지 않거나, 수련병원 레지던트 과정에 합격했는데도 계약을 포기하는 방법으로 진료를 중단하는 행위 등을 막으려는 것이다.

그러나 전공의들이 쉽사리 복귀하려 하지 않고, 계약 미갱신·포기 사례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의료대란'이 쉽게 해소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 "3월부터 미복귀 전공의에 면허정지 등 사법절차" 경찰 협조도 받기로



정부가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을 경찰에 고발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정부가 의대 증원으로 불거진 전공의 집단이탈 국면에서 수사당국에 고발 조치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에는 의협 전현직 간부들이지만 다음은 집단 사직서를 내고 근무지를 이탈해 의료공백을 불러온 전공의로 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첫 고발 조치 대상은 의협 비대위 관계자 5명과 성명불상자 등이다. 보건복지부는 이들에 대해 "의료법 위반죄(업무개시명령 위반), 업무방해죄 교사 및 방조한 혐의"라고 밝혔다.

고발된 의협 비대위 관계자는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의대정원 증원 저지 비상대책위원장(강원도의사회장) △박명하 의협 비대위 조직위원장(서울시의사회장) △주수호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전 대한의사협회장)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장 등 의협 전현직 간부인 것으로 전해졌다.

노환규 전 의협회장은 페이스북에 "이것은 나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것뿐이 아니라, 다른 많은 이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의도"라면서 "이런 정부가 의사들을 끝내 무릎 꿇린다면, 이런 정부에 의사들이 끝내 무릎을 꿇는다면, 대한민국에 희망이 없는 것이다"라고 썼다.

전공의에 대한 사법절차를 진행하기에 앞서 의협 전현직 간부들을 먼저 고발함으로써 정부의 압박이 겁박용이 아니었음을 시사했다고 볼 수도 있다.


◇ 정부, 전공의 대표 자택 '직접 찾아가' 복귀명령…고발 '초읽기'



정부가 전공의 복귀 '마지노선'으로 제시한 29일을 하루 앞두고 각 수련병원의 전공의 대표자 등의 집에 직접 찾아가 업무개시명령을 했다.

그동안 우편이나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 등으로 전공의들에게 현장에 돌아올 것을 명령했으나, 마지막으로 송달 효력을 확실히 함으로써 사법 절차를 위한 준비를 마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복지부는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경찰에 협조 요청도 해둔 상태다.

공무원이 민원인 등의 집을 직접 방문할 때는 반발 등에 대비하고자 통상 경찰이 대동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명령 송달은 문자 메시지나 우편을 통해서도 하고, 직접 교부도 해왔다"며 "송달 효력을 문제 삼을 수 있어 이에 대응하고자 방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택 방문을 통해 명령 교부를 확실히 마무리함으로써 전공 고발을 위한 준비를 마친 것으로 볼 수 있다.

복지부는 3월 4일을 기해 미복귀 전공의 수를 파악하는 수순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미복귀자 집계가 완료되는 대로 복지부가 경찰에 고발하면, 경찰이 피고발인에게 즉시 출석요구서를 보내는 등 정식 수사 절차를 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은 피고발인이 합당한 이유 없이 출석에 불응하면 검찰과 협의해 체포영장을 발부하겠다는 방침이다.

검찰도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직접적인 위험을 초래하는 의료계의 불법 집단행동에 대해 경찰과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 의협 "정부의 면허 정지 '협박', 믿을 수 없는 수준"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 의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면허를 박탈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정부의 최후통첩에 "믿을 수 없는 수준의 협박"이라고 반발했다.

26일 의협은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브리핑을 열어 "정부의 발언은 전공의들의 거주이전과 직업선택의 자유까지 박탈할 수 있음을 경고한 믿을 수 없는 수준의 협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주수호 언론홍보위원장은 "만약 전공의들에게 면허정지 및 사법절차를 진행한다면, 이는 전공의들이 병원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모든 다리를 파괴하는 행동"이며 "대한민국 의료가 완전히 무너지는 결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법에 따르면 의료진이 집단으로 진료를 거부하면 업무 개시를 명령할 수 있는데, 여기에 따르지 않으면 1년 이하의 자격 정지뿐만 아니라 3년 이하의 징역형도 받을 수 있다.

특히 개정된 의료법은 어떤 범죄든 '금고 이상의 실형·선고유예·집행유예'를 선고받았을 때 의사 면허를 취소할 수 있게 했다.


◇ 대통령실 "의협 대표성 갖기 어려워…의료계 중지 모아달라"



대통령실은 "의사협회는 의료계의 대표성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접촉해 말씀을 들어보면 의협이 대표성을 갖기는 좀 어렵다"며 "대표성을 갖춘 구성원을 의료계 내에서 중지를 모아 제안해달라고 계속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국 40개 의대 학장단체가 대학이 수용할 수 있는 의대 증원 규모로 350명을 제시한 데 대해 "보건의료에 관한 인력수급 문제는 헌법이나 법률상 정부가 책임지고 결정할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인력 수요나 공급을 추계해 정확하게 몇 명이 필요하겠다는 것을 의료계에 의견을 들을 수는 있겠지만, 사실 결정하는 책임은 국가에 주어진 것"이라며 "(증원 규모는) 합의하거나 협상할 문제는 결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는 정부가 제시한 증원 규모 2천명을 일단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 한의사 협회 "의사들, 특권의식에 빠져 환자 방치…강력히 처벌해야"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는 지난 27일 성명서를 통해 "3만 한의사 일동은 양의계의 비이성적 집단행동으로 보건 의료체계가 붕괴 위기에 봉착한 현실에 안타까움을 금치 못한다"며 "국민 건강과 생명을 돌볼 수 있도록 한의사의 업무 범위 및 필수 의료 참여 확대 조치의 조속한 시행을 정부에 촉구한다"고 전했다.

이어 "의료공백으로 불편을 겪고 있는 국민들을 위해 응급의약품 종별제한을 없애 의료인인 한의사가 활용하도록 하고, 기본적인 예방접종을 한의원에서 시행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의료인 직역간 불필요한 장벽을 낮추는 조치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또 "현재 진료 공백 사태는 양의계의 의료 독점과 일변도의 정책 및 제도에 기인하는 만큼,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한의사들의 필수 의료 참여를 보다 더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한의협은 "양의계의 집단행동이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이기적인 독선으로 수술이 연기되고 치료가 제때 이뤄지지 않는다"면서 "그런데도 양의계는 자책과 반성은커녕 오히려 대규모 집회로 자신들 세를 과시한다"고 현장을 떠난 의사들을 질책했다.

이들은 "양의계의 이 같은 행태는 이미 도를 넘어섰다. 정부는 언제까지 국민의 소중한 건강과 생명을 담보로 진료 총파업을 운운하고 있는 양의계의 무책임한 행태를 지켜만 보고 있을 것인가"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의료인으로서 기본적인 소양마저 망각한 채 특권의식에 빠져 환자를 방치하고 있는 양의계가 이러한 경거망동을 하지 못하도록 보다 강력한 징계와 처벌이 필요하며, 이에 상응하는 조치가 반드시 내려져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 간호사들, 합법적으로 일부 '의사업무' 수행



27일부터 한시적으로 간호사들이 의사업무 일부를 합법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됐다. 전공의들의 집단 이탈로 인한 '의료 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차원이다.

간호사의 업무범위는 의료기관장이 간호부서장과 협의를 통해 설정하되, 대법원 판례에 따라 간호사에게 금지된 행위는 빠진다.

병원은 협의된 업무 외의 업무는 간호사에게 전가·지시할 수 없으며, 이는 의료기관장의 책임하에 관리·운영해야 한다.

간호사에게 허용되지 않는 업무는 △자궁질도말세포병리검사를 위한 검체 채취 △프로포폴에 의한 수면 마취 △사망 진단 △간호사가 주도해 전반적인 의료행위를 결정하고, 해당 의료행위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의사가 지시·관여하지 않은 경우 △간호사가 독자적으로 마취약제와 사용량을 결정해 하는 척수마취 시술 등이 있다.

복지부는 "이 시범사업은 새로운 보건의료제도를 시행하기 위해 필요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시범사업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한 보건의료기본법 제44조를 근거로 한다"며 "참여 의료기관에서 실시하는 의료행위는 민·형사적, 행정적 책임으로부터 법적 보호를 받는다"고 강조했다.

이 시범사업은 보건의료 재난경보 '심각' 단계 발령 시부터 별도로 끝나는 시점을 공지할 때까지 추진된다.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이 아닌 보건의료 위기 때문에 재난 경보가 '심각'으로 올라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의료 공백이 발생하자 대부분의 병원에서 간호사들이 의사 업무를 강제로 떠맡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에 정부는 대한간호협회와의 협의를 통해 간호사들의 협조를 요청하는 한편, 의사업무 수행에 따른 고발 등 법적 책임으로부터 간호사들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 마련에 나섰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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